그녀의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그녀의 벽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17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이브에타브리지(Saib-e-Tabrizi)의 시 -카불 (Kabul)
Kabul
by Saib-e-Tabrizi
Ah! How beautiful is Kabul encircled by her arid mountains
And Rose, of the trails of thorns she envies
Her gusts of powdered soil, slightly sting my eyes
But I love her, for knowing and loving are born of this same dust
My song exhalts her dazzling tulips
And at the beauty of her trees, I blush
How sparkling the water flows from Pul-I Bastaan!
May Allah protect such beauty from the evil eye of man!
Khizr chose the path to Kabul in order to reach Paradise
For her mountains brought him close to the delights of heaven
From the fort with sprawling walls, A Dragon of protection
Each stone is there more precious than the treasure of Shayagan
Every street of Kabul is enthralling to the eye
Through the bazaars, caravans of Egypt pass
One could not count the moons that shimmer on her roofs
And the thousand splendid suns that hide behind her walls
Her laughter of mornings has the gaiety of flowers
Her nights of darkness, the reflections of lustrous hair
Her melodious nightingales, with passion sing their songs
Ardent tunes, as leaves enflamed, cascading from their throats
And I, I sing in the gardens of Jahanara, of Sharbara
And even the trumpets of heaven envy their green pastures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놀랍도록 처연하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새로운 열정을 얻게 된다.
수 백 페이지를 깊은 밤을 지나서 단숨에 읽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두 눈은 뻣뻣하고, 따가운 눈물이 고이지만
정신만은 동터오는 새벽처럼 다시 차갑게 밝아오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가슴 깊이 묻어 온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혹은 오래 떠나가 있던 친구가 지난 십 여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근조근 풀어 주듯이,
유년 시절의 설레임과 철들면서 알게 된 아픔들, 그리고,,
참담했던 그녀들의 시간들,,
끊이지 않는 전쟁의 포화 속에 찢겨지고 조각난 가족들에 대한 처참한 기억,
매질을 일삼는 뚱뚱하고 늙고 무지하고 이기적인 남편,
그 모든 비참한 기억들보다 더 참담한 현실
여성은 인격체가 아닌 그저 남성의 소유물일 뿐인 아프카니스탄 사회.
마리암, 긴 얼굴에 못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은 그녀는 헤라트의 부자였던 ‘잘릴’과 그 집의 가정부였던 ‘나나’사이에서 하라미(사생아)로 태어났다. 사생아를 가진 죄로 쫓겨나와 야생화와 풀숲이 우거진 외딴 곳 작은 오두막에서 나나와 마리암은 십오년을 외롭게 산다. 가끔씩 찾아오는 생부에게 모든 사랑과 희망을 걸었던 마리암은 결국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절절히 깨닫고 잘릴의 세 부인의 회유, 강요와 잘릴의 힘없는 묵인하에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카불에 사는 중년의 홀아비인 구두장이 라디쉬와 결혼을 하게 된다. 마리암의 나이 십오세,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접다….
라일라, 금발머리의 미소녀, 카불의 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지하드에 바친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상을 놓아버린 어머니의 돌봄을 받지 못했으나, 교사였던 아버지의 따듯한 가르침을 받으며, 두 살 연상의 이웃 소년 타리크와 애틋한 감정을 키워간다. 명분과 편을 바뀌어가며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전쟁 속에 라일라의 평온했던 삶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다. 오빠들도 부모도 없이 순식간에 고아가 된 라일라에게 여성 혼자서는 바깥출입도 할 수 없는 아프카니스탄 사회는 죽음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뱃 속에 느껴지는 타리크가 남기고 간 유산을 지키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녀는 라디쉬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라일라의 나이 십사세, 그녀가 살아야만 할 단 한 가지 이유….
수 차례의 유산으로 자식이 없는 마리암은 라일라를 질투하였지만, 라일라 역시 첫 딸을 낳아 라디쉬로부터 학대를 받는다. 선택이라곤 묵묵히 참고 사느냐, 죽느냐는 것 밖에는 없는 이 두 여자는 이제 엄마와 딸의 관계가 되어 라일라의 두 자녀를 지키는 일에 목숨을 걸게 된다. 피로 엮이지는 않았지만 여느 어머니보다 강한 모정으로 마리암은 자기의 의지로만 그녀의 인생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두 여인은 아프카니스탄의 어두운 전통을 대변하는 라디쉬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된다….
돌아온 연인 타리크와 아버지가 다른 두 자녀를 데리고 파키스탄에서 죽음의 공포없이 현대적 삶을 살던 라일라는 탈레반의 철수 소식을 듣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카불로 돌아온다. 어머니 마리암의 마지막 선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폐허가 된 아프카니스탄의 재건에 동참하기 위해, 어린 고아들을 위해, 여성도 교육받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무너져 내린 카불 곳곳의 벽들 뒤에 숨어 있는 천 개의 태양들이 그 빛을 다시 찬란하게 발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조혼, 아들생산, 노동, 학대, 죽음에 힘없이 내몰리는 얼마나 많은 마리암과 라일라들이 있을지 상상을 하면 가슴이 아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그 중에도 마리암과 라일라 같은 용기있는 여성들이 존재하고, 라일라의 아버지와 연인 타리크처럼 여성들을 인격으로 존중하며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남성들이 존재하므로 아프카니스탄엔 아직 희망이 살아있다.
부르카도 히잡도 요구되지 않는 이 문명화 된 사회에서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것은 자신의 닫혀가고 있는 마음과 용기의 상실일 뿐이다. 마리암과 라일라가 가진 감사하는 마음과 고난을 견뎌나가는 묵묵함, 폭력과 죽음의 공포에 맞서는 용기, 새로운 희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함의 일부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내 가슴에도 찬란하게 타오르는 태양 하나 품으리라.
떠나온 고향 아프카니스탄의 아름다움을 그림을 그리듯이 풀어내고 전쟁하의 모든 부조리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고발하는 동시에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쉽고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 할레드 호세이니는 우리 시대에 걸맞는 이야기꾼이다. 전작인 ‘연을 쫓는 아이’에서 바라본 아이들의 시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 바라본 여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작가로서 그리고 어른 남성으로서의 할레드 호세이니가 얼만큼 따듯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관찰하는 지가 느껴진다. 여느 자기계발도서 못지 않게 다시 한 번 뛰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그의 목소리에 존경과 감사함을 보낸다.